종이는 어린 시절 놀이의 중심에 있었다. 종이는 흔히 구할 수 있고 저렴한 소재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구였다. 어린 시절 종이접기, 종이 인형, 종이 필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종이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종이는 더 이상 놀이의 도구가 아닌, 시험지, 영수증. 서류와 같이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물건으로 변모한다.
종이 위에 적힌 내용은 이제 놀이가 아닌 중요한 정보이자 현실의 무게를 담고 있 다. 어른들은 꿈을 접고. 마음을 접는, 등 하던 일을 마무리 할 때, 또는 포기할 때 주로 접는다'고 표현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종이접기를 그린다는 것은 어릴 적 향수와 지나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의 표현 기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소재로 선택한 종이접기가, 그리면 그릴수록 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깨달 았다. 살다 보면 꿈을 접기도 하지만 다시 펼칠 수 있다. 얇고 연약해 보이지만 종 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상징한다.
종이접기를 소재로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간 의 삶에서 위트와 명랑함이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어쩌면 삶은 고통스러운 측면이 더 클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소소한 즐거움과 유머를 통해 삶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종이접기가 정물과 함께 배치된 연출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적인 오브 제들간의 유쾌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종이접기는 어린 시절의 단순한 놀이를 넣어, 성인이 되어서도 간직하고 싶은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품 속의 위트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명랑함 이 삶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상기시킨다.
나의 작업은 물감을 칠하고 다시 지워내는 과정을 통해 화면에 독득한 질감을 표현 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표현은 마치 노이즈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는 작품 에 밀도감과 질감을 부여한다.
물감을 덧칠하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 된다. 이 방식은 오일파스텔을 사용하면서 생겨난 방식인데, 파스텔을 칠하다 보면 두껍게 쌓인 파스텔이 밀리며 의도치 않게 얼룩이 생기게 된다. 거슬리고 지저분 해 보여 이 패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다 이 물성이 패인, 자국의 자 연스러운 현상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지우고 싶은 흔적을 덧칠로 메꾸 려 했으나 이 흔적들이 많아지면서 거슬리는 자국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밀도가 생기고 독특한 질강이 형성된 것을 발견했다. 이 흔적을 수용하면서 칠하고 닦아내는 반복적인 행위가 화면에 고스란히 남는, 시간의 흔적을 경험하며 채우는 것만이 아닌 덜어내기를 배운다
이러한 질강은 단순히 밀도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을 느끼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를 남긴다.